메뉴를 작게 나눠 파는 건 생각보다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사기 부담스러운 손님에게는 가격이 낮아지고, 여러 메뉴를 조금씩 먹고 싶은 손님에게도 선택지가 생깁니다.
특히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는 기존 메뉴를 절반 정도로 줄인 소포장 메뉴를 추가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소포장 메뉴가 새로운 매출을 만드는 것인지, 원래 큰 메뉴를 살 손님이 작은 메뉴로 이동하는 것인지입니다.
둘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소포장이 팔렸다고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존 메뉴가 6,900원이고 소포장 메뉴를 3,700원에 판매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원래 6,900원짜리 메뉴를 사지 않았을 손님이 3,700원짜리를 새로 구매했다면 좋은 매출입니다.
없던 매출 3,700원이 생긴 것이니까요.
반대로 원래 6,900원짜리를 구매하던 손님이 소포장 3,700원짜리로 바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판매수량은 한 개 늘어난 것처럼 보여도 실제 매출은 오히려 3,200원이 줄어든 셈입니다.
그래서 소포장 메뉴를 테스트할 때는 단순히
“하루에 몇 개 팔렸다”
만 보면 안 됩니다.
소포장을 산 손님 때문에 기존 메뉴 판매량이 같이 줄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소포장 가격을 정확히 절반으로 잡으면 안 되는 이유
메뉴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가격까지 정확히 절반으로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 원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재료는 절반으로 줄어도 포장용기, 스티커, 결제수수료, 직원이 포장하는 시간 같은 비용은 정확히 절반으로 줄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6,900원짜리 메뉴를 절반 양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3,450원이 적정 가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소포장은 같은 양으로 환산했을 때 기존 메뉴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받는 구조가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큰 메뉴를 구매하는 손님에게는 가격적인 이점이 남고, 소량이 필요한 손님은 조금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하고 편리함을 사는 구조입니다.
메뉴 가격을 정할 때는 단순히 원가에 일정 배수만 곱하는 것보다 실제로 한 개를 팔았을 때 얼마가 남는지 보는 게 중요합니다.
소포장 메뉴의 역할부터 정해야 합니다
소포장 메뉴를 추가하기 전에 목적부터 정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라면 의미가 있습니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싶은 손님, 간식처럼 조금만 구매하려는 손님, 다른 메뉴와 함께 추가 구매하는 손님처럼 기존 메뉴로 잡지 못했던 수요를 가져오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기존 메뉴를 사던 손님 대부분이 소포장으로 내려간다면 굳이 메뉴를 추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매출만 줄고 포장 종류와 재고관리만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뉴 수가 늘어나면 진열공간도 나눠 써야 합니다.
잘 팔리는 기존 메뉴 자리를 소포장이 차지하면서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첫 일주일은 판매수량보다 같이 봐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소포장 메뉴를 테스트한다면 최소한 세 가지를 같이 보는 게 좋습니다.
첫 번째는 소포장 판매수량입니다.
두 번째는 같은 맛의 기존 메뉴 판매수량입니다.
세 번째는 전체 객단가입니다.
소포장이 하루 20개씩 팔려도 기존 메뉴가 그만큼 줄었다면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존 메뉴 판매량은 그대로인데 소포장이 추가로 팔리고 있다면 새로운 수요를 만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좋은 신호는 소포장 하나만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음료나 다른 메뉴와 같이 구매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구매가 늘어나면 소포장이 오히려 객단가를 올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소포장이 하루 12개 팔려도 손익은 달라집니다
큰 메뉴 6,900원, 소포장 3,700원을 가정하겠습니다. 큰 메뉴의 재료비 2,400원·포장비 350원, 소포장의 재료비 1,400원·포장비 250원이며 매출 연동 수수료는 각각 판매가의 2%로 가정합니다. 실제 판매수치가 아닌 계산 예시입니다.
| 구분 | 판매가 | 재료·포장·수수료 | 1개당 남는 금액 |
|---|---|---|---|
| 큰 메뉴 | 6,900원 | 2,888원 | 4,012원 |
| 소포장 | 3,700원 | 1,724원 | 1,976원 |
소포장 12개가 팔린 날을 살펴보세요. 이 중 8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매였다면 8 × 1,976원 = 15,808원의 추가 잔액이 생깁니다. 그러나 4개는 큰 메뉴를 사던 손님이 바꾼 구매였다면 4 × (4,012 − 1,976) = 8,144원의 기존 잔액이 사라집니다. 두 효과를 합치면 하루 추가 잔액은 7,664원입니다.
이 값은 추가 인력·폐기·진열공간 변화가 없다는 가정입니다. 실제 매장에서는 동일 요일의 큰 메뉴 판매량 변화를 비교해 잠식된 수량을 추정하고, 소포장과 큰 메뉴를 함께 구매한 고객도 따로 봐야 합니다. 중요한 건 소포장 판매량 자체가 아니라 매장 전체 이익이 증가했는지입니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팔렸느냐’가 아닙니다
소포장 메뉴를 만들면 처음에는 판매수량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작고 가격이 낮으니 기존 메뉴보다 쉽게 팔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사에서 중요한 건 판매 개수가 아니라 전체 매출과 실제로 남는 돈이 어떻게 변했는가입니다.
잘 팔리는 메뉴라고 반드시 효자메뉴가 아닌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소포장이 기존 메뉴를 잠식하지 않고 새로운 손님을 만들거나 추가 구매를 만든다면 좋은 메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고객이 싼 메뉴로 이동하는 현상이 크다면 판매량이 많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소포장 메뉴를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종류를 너무 많이 늘리기보다 몇 가지로 시작해서 기존 메뉴 판매량과 함께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소포장의 성공 기준은 ‘몇 개 팔렸는가’가 아니라, 소포장을 만든 뒤 전체 매출과 이익이 실제로 늘었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