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매출은 괜찮은데 왜 돈이 없을까? 냉장고 재고가 현금을 묶는 이유

장사를 하다 보면 매출은 분명 나오는데 통장잔고가 이상하게 늘지 않는 달이 있습니다. 매출표만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정작 월말이 되면 돈이 빠듯합니다.

이럴 때 사장들이 의외로 놓치는 게 냉장고와 창고 안에 쌓여 있는 재고입니다. 재고는 물건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이미 현금으로 결제해서 사놓은 돈입니다.

재고는 ‘남아 있는 재료’가 아니라 ‘묶여 있는 현금’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식재료를 1,000만 원어치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판매에 사용한 재료는 800만 원어치이고, 200만 원어치는 냉장고와 창고에 남아 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재료가 남아 있으니 없어져 버린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장에서는 이미 1,000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금흐름은 이 차이에서 시작합니다. 특히 매출이 조금 떨어졌는데 발주량을 예전처럼 유지하면 냉장고에는 재료가 차는데 통장에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깁니다.

장사가 잘될 때 잡아놓은 발주 습관이 매출이 줄어도 그대로 남습니다

매장이 바쁠 때는 부족한 것보다 조금 넉넉하게 주문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피크타임에 재료가 떨어지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매출이 떨어진 뒤에도 발주 기준이 그대로 남아 있을 때입니다. 이런 상황이 원가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매출이 줄었는데 원가율이 올라가는 이유에서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100개 나가던 품목이 70개로 줄었는데 발주는 여전히 100개 기준으로 하면 하루 30개씩 재고가 쌓입니다. 며칠만 반복돼도 냉장고는 가득 차고, 그중 일부는 결국 폐기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매출이 줄었을 때는 광고보다 먼저 발주량이 현재 판매량에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재고가 많다고 원가율이 바로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현금은 먼저 나갑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재료를 많이 사놓았다고 해서 그달의 실제 사용 원가가 무조건 그만큼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월초 재고 + 당월 매입 – 월말 재고로 실제 사용재료비를 계산하는 방법을 보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업 통장에서는 이미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사장 입장에서는 “장사는 했는데 왜 돈이 없지?”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려면 월매출은 괜찮은데 통장잔고가 줄어드는 이유 글과 같이 보면 도움이 됩니다.

현장에서는 ‘많이 사면 싸다’가 꼭 이득은 아닙니다

거래처에서 박스로 사면 단가가 싸고, 한 번에 많이 주문하면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회전이 느린 재료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5만 원 아끼려고 50만 원어치 재료를 더 사놓았는데 한 달 동안 다 못 쓰면, 그만큼 현금이 재고에 묶입니다.

거기에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상태가 나빠져 폐기까지 생기면 단가 절감 효과는 금방 사라집니다.

폐기가 실제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음식점 폐기, 하루 3만 원이면 한 달에 얼마일까? 글에서 따로 계산해봤습니다.

냉장고를 보면 매장의 돈 흐름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유난히 재료가 빽빽한 시기가 있습니다. 주문한 건 많고 판매 속도는 따라오지 못하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는 매출보다 먼저 재고 회전부터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주일 이상 계속 남아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발주할 때마다 남은 수량을 실제로 확인하는지, 판매량이 줄었는데도 예전 발주량을 유지하고 있는지 보는 겁니다.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불필요한 매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재고가 200만 원 늘면 통장에 어떤 일이 생길까?

식재료를 많이 산 것과 실제로 사용한 원가는 다릅니다. 아래는 재료매입 대금을 모두 같은 달에 지급했고, 부가세 등 다른 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가상 재고 흐름입니다.

항목 가정 금액 의미
월초 재고 200만 원 지난달에서 넘어온 재료
이번 달 매입 1,000만 원 이번 달 결제한 재료
월말 재고 400만 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재료
당월 재료 사용원가 800만 원 200 + 1,000 − 400
재고 증가액 200만 원 월초보다 재고에 묶인 자금

당월 식재료 사용원가는 800만 원인데 매입대금으로는 1,000만 원이 나갔습니다. 나머지 200만 원은 폐기가 아닌 아직 보유 중인 재고 증가에 해당합니다. 실제 재고수량과 평가금액을 정확히 조사해야 하며, 외상매입이 있으면 현금 유출 시점은 달라집니다.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숫자: ① 월초·월말 재고금액 ② 최근 4주 실제 사용원가 ③ 품목별 유통기한 ④ 폐기액 ⑤ 다음 입고일까지 필요한 수량.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면 재고를 줄여도 품절이 늘지 않도록 발주량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냉장·냉동 재료는 단순히 재고금액만 볼 게 아니라 사용기한과 일평균 소진량을 같이 보세요. 자세한 발주량 공식은 평일·주말 발주량 계산법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원가율을 낮추는 것보다 먼저 ‘안 쓰는 돈’을 막아야 합니다

사장 입장에서는 재료 단가를 100원, 200원 깎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단가보다 과다발주, 과다배식, 폐기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돈이 더 크게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점 원가율 낮추는 법에서도 재료비 단가보다 실제 사용량과 폐기를 먼저 보라고 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발주는 판매량 기준으로 짧게 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재고를 무조건 적게 가져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장사에서 품절도 손실입니다.

다만 발주를 감으로 하지 말고 최근 판매량을 기준으로 조금씩 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어제 얼마 팔았는지, 현재 몇 개 남았는지, 다음 입고일까지 며칠인지 정도만 봐도 과다발주는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재고 관리는 냉장고 정리 문제가 아니라 현금흐름 관리입니다. 매출이 괜찮은데도 통장에 돈이 없다면, 비용표만 보지 말고 냉장고와 창고에 얼마의 돈이 묶여 있는지도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